♡ 축구 경기장!! ♡
전날 몹시 피곤했던 청년은 오전 늦게까지 잠에 곯아 떨어졌습니다.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난 청년은 밖으로 나왔습니다.
무슨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던 청년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희미하고 풀어진 나라에서는
박진감 있는 경기를 구경하면 좀 힘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청년은 지나가던 행인을 불러 세웠습니다.
“안녕하시오, 무엇을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지나가던 행인은 친절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럼요.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이 근처에 권투경기장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행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권투경기장이라.. 아, 이 나라에는 권투경기장이 없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는 있었지만, 없어져 버렸죠.”
청년은 되물었습니다.
“권투경기장이 없어졌다고요?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권투경기는 서로 때리는 경기인데, 아시겠지만
이 나라에서는 아무도 상대방을 때리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기를 할 때 서로 상대방이 때리기를 기다리고만 있었죠.
그렇게 하루종일 서 있었기 때문에 결국은 경기가 없어지고 만 것입니다.”
청년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면, 축구경기장은 있습니까?”
“네. 그것은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쭉 걸어가시면 쉽게 찾으실 겁니다.”
청년은 곧 축구경기장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경기장 규모도 별로 크지 않았고, 관중의 숫자도 그의 고향에 비하면
그저 동네 축구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이 곳 사람들은 스포츠를 그다지 즐기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경기는 별로 재미가 없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관중들도 응원을 하는 모습이 없었습니다.
청년은 이상해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왜 이 사람들은 아무도 응원을 하지 않지요?”
그는 싱긋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팀을 응원하면 혹시.
상대팀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되어 응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재미있고,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다 같이 박수를 쳐주고 격려를 하지요.
우리는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저 게임을 즐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청년에게는 아무런 재미도, 즐거움도 없었습니다.
선수들은 박진감이 넘치는 모습이 아니었고,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악착같이 볼을 빼앗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볼을 가진 사람은 서서히 볼을 몰고 다녔으며,
여러 가지의 제스처를 하거나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했으며
간혹 서로 부딪치게 되면 서로 일으켜 주고 포옹을 하였습니다.
그러니 청년에게는 이 경기가 활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은 중얼거렸습니다.
“세상에, 이것을 축구경기라고 하나.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없는 시합은 정말 처음 본다.”
묘한 것은 축구장안에 한쪽 발을 절름거리는 선수가 있었는데,
그 선수가 가장 많이 공을 몰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절름발이 선수가 공을 몰고 다니면 상대편의 선수는
공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호위하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절름발이 선수가 슛을 할 때에는
골키퍼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가 골을 허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절름발이 선수는 얼마 되지 않아 헤드트릭을 달성하였고,
관중들은 다같이 일어나 환호성을 울렸습니다.
청년은 다시 옆자리의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왜 저 사람이 혼자 설치고 다니도록 놔두는 거죠?”
그는 여전히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보시다시피, 그 사람은 신체장애자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뿐이죠.
그리고 오늘은 저 사람 생일이에요.
그러니 오늘 저 사람이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도록 사람들이 도와주는 것이지요.”
청년은 곧바로 일어섰습니다.
혈압이 올라서 더 이상 거기에 있고 싶어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랑의 나라로 가는 여행] 중에서..
정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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