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수상작(1~40)
유수 광음이라 하였던가, 흐르는 선율에 태고의 숨결이 머물고 망각의 언덕을 거닐듯 무심결에 동화된 낯익은
악기에 서린 만유의 비밀이 나를 사념과 망념의 공간을 맴돌게 한다. 이름하여 Mongolian Road, 과거와 미래
로 이어지는 천년고도에 배열된 시공간적 경계를 넘나들듯 몽롱하게 젖어 드는 워낭 소리는 끝없는 평원의 안
식이다. 어스름이 깔리고 소리 없이 엄습하는 창백한 달빛의 이지러짐에 밤이슬 머금은 초원의 실루엣은 먹물
처럼 검푸르건만, 찬란했던 영광의 옛 영토엔 적막만이 무성하다. 그 무엇도 영원할 수 없다는 우주 만물의 진
리에 영원불멸을 맹세했던 천하무적의 위세도 제국의 오만도 간 곳없는 영화인가, 범속함을 넘어 일세를 주름
잡던 정복자의 거친 숨소리도 자손만대의 번영만은 기약할 수 없었으니, 새삼 월만즉휴라는 사자성어의 쓰라
림이 영웅호걸의 눈물로 아스라하다.
짤그랑짤그랑 간헐적인 진동이 전해오고 가만한 한숨이 배인듯한 광대한 대지의 가녀림은 제국의 흥망성쇠가
빚은 휴척인지, 아득한 세월에 고인 지혜의 가르침은 천하를 발섭하며 펼쳤던 원대한 꿈도, 욕망도 명성도 자
기 본위적 한 생애도 한 점 구름에 불과했던 망각에 불과하나, 길 찬 생명력을 염원하며 유장하게 뻗은 대평원
을 가르는 바람 신의 손길은 더없이 은혜롭다. 그래, 더는 머무를 수 없었던 그 날의 영광이었나, 엉성하다 못
해 분절된 기억 속에 우렁차게 울린 그 날의 함성도, 승전보도 허공을 가르는 맹금의 발톱에 서리서리 서렸건
만. 화광 충천, 늠름한 민족의 기상도 파죽지세의 진군도 잃어버린 전설인 듯 오르혼강을 거스르던 그 날의 말
발굽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구나. 아, 몽골의 상징이여, 옛 영웅의 영혼이 깃든 신화의 근원지가 더는 호령할
수 없는 황성의 옛터인가, 회오리쳐 오르든 용오름의 급전직하는 짧은 전성기의 애통함인지, 무성하게 웃자란
들꽃들의 떨림이 애잔하구나.
몰락과 생존의 시점에서 망국의 근원을 되씹는 망자의 망국한이 서린듯한 이 선율이 태곳적 신비에 얹혀 어슴
푸레 시각화된 민족의 애환이 몽골의 아침 햇살에 잔잔히 차오르건만 변화와 문명의 충돌을 거부한 듯 관념적,
초현실적 자연이 머무는 대지의 푸른 생명처럼 붉은 민족의 하늘은 더없이 겨르롭다. 축복인 듯, 벌거벗긴 원
시의 땅에도 하루를 살아 내는 후예들의 강인한 삶이 길 없는 길 위의 여정일지라도, 주인이고 나그넨 듯 욕망
을 초월한 무심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