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베고니아
봄 오는 뜨락/ 백아 고경숙
흙담 그림자 벗어나
무리지어 햇살 내리면
안개 뜨락, 메마른 빈가지 도란도란
연초록 품어 올리는 춘삼월
어디서 날아든
볼이 하얀 아기새 한 마리
청매 가지에 앉아 날기 배우다가
불어오는 바람으로 곡예 하는 아침
허공 퍼득이는
어미새 그 목청 서럽도록 고와라
집 모퉁이 목련 옷고름 풀고
아롱아롱 아지랑이 손 흔들어
넋 놓고 돌아다보는 꽃샘바람.
베들레헴
후리지아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백아 고경숙
금빛 햇살 대지에
스프레이로 뿌려지면
뭉게구름 산봉우리에 얼음 비로 뭉쳐
나무들 겨울 몸살로 콧물 훌쩍거린다
봄산 골짜기 아랫목
열꽃 피울 보일러 돌리는 소리
조약돌 웅얼대기 시작하고
햇빛 더욱 투명해질 때
동백꽃 피고 동박새 울어
목련꽃 털옷 벗는 소리로
더욱 빨개진 심장
시인은 고로 해서 계절이 만드는가.
무스카리
여우꼬리
봄이면 꾸는 꿈 /kung4001
골목길 돌아나오는
소소리 바람이
어느새 비척대고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내린 햇살
고향집 남새밭 언저리를
얼쩡거리면
넘실넘실 너울대는
아지랑이
보리밭 이랑에 왈츨를 춘다
어머니 젖줄같은
평강의 내 고향
힘든 세월도 가볍게
뛰어넘는......
그곳 봄꿈은 그래서
가파른 보릿고개도
전설로 남기고 넘어
별빛 동무 삼아
밀밭 고랑 업드려
달큰한 까치밥을
뿌리채 캐고
봄나물 생각에
양 볼 가득 침이 고인다
가자 이제 고개 하나 둘
쉬엄쉬엄
아지랑이 따라가자
지팡이 짚고 걷던
할머니 뒤를 따라가자
봄이면 이렇게 개꿈도
꾸면서 ......
마라고데스
군자란
봄의 수채화/ 주연 정희정
고목의 뿌리 깨운 남풍
푸른 숲에 머물다.
앞산 무성한 잡목 숲
사뿐사뿐 산길 걸어 나온다.
떠났던 기억 열고
다시 돌아온 싱그러움
늘어진 버드나무 한 자락 잡고
밀려갔다 밀려오는 바람은
수평선 파도로 뒤척이다
수면에 거꾸로 잠긴다.
지천으로 꽃 피고
종달새 기저귀는 드넓은 초원
자연이 그려낸 풍경화
지평선 푸른 날게 펼친다.
캄파눌라
꽃기린
경칩을 품은 봄/ 주연 정희정
물빛은 곱고 부드럽게
스스로 조화를 이루고
개울물 졸졸 노래 부른다.
길을 나선 푸른 꿈의 행적
부유스런 꿈의 파동
아무도 그 기세를 꺾지 못할
먼 곳으로 왔어도
풀린 꿈의 입자들 날갯짓 한다.
커다란 돌맹이 하나
따스한 햇살 아래 웅크리고 앉아
봄을 산란하기 위해 강을 품고 있다.
물고기와 다슬기, 개구리는
옹기종기 돌 아래로 모여들고
싱그러운 함성이 여울지는 강가에는
힘차게 헤엄치는 올챙이
가까이 가까이 더 가까이
복주머니
천 개의 지층 지나고
물의 길 건너서
봄의 허공에서 몸을 푼다.
만질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바람끝으로 스치는 포근함
눈을 감고 너를 느끼려고
보려고
신기루같이 느껴져
피부로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기에
형체 없는 투명한 향긋한 내음으로
그레이스 캄파눌라
보로니아
백운호수의 봄/ 김숙려
어디쯤에 와 소곤대는가
다사로운 햇살에 흔들리는 물빛
길고 매서운 기억 지우며
흰 구름(白雲) 나래 펴는가
프리지아 몽우리 구름 뒤에 숨어
소문 물고 수런거린다
씨눈 담은 호수의 눈빛
산은 호수에 잠겨 색실 다듬고
물총새 두 마리 부리 맞대다
어깨 부비는 몸짓에
화들짝, 봄을 맞는 호수.
쥬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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