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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눈 덮어쓰고!!

chajchul 2017. 12. 4. 09:13
 
하얀 눈 덮어쓰고 - 이오덕 
자다가 깨어나 생각하니 
내가 하얀 눈을 덮어 쓴 
지붕 밑에서 자고 있었구나 
아침마다 창문을 열면 하얀 세상 
건너편 산도 마을의 집들도 길도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정작 내가 그 눈 밑에서 자고 있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으니! 
지붕뿐 아니지 
내가 덮고 있는 이불도 
하얀 양털에 하얀 목화로 짠 베다. 
이불뿐 아니구나 
내가 입은 잠옷도 하얗고 
내복도 하얗고 
낮이면 추워서 방안에서도 입고 있는 
오리털 겉옷도 새하얀 빛 
하얀 것만 입고 덮고 하얀 쌀밥까지 먹고 
의사가 권해서 포도당 하얀 가루까지 날마다 먹고 
하얀 종이에 글을 쓰고 
그러고 보니 이거야말로 전신만신 하얀 것뿐 
하얀 것뿐일세 
그렇다면 내 마음은 어떤가? 
마땅히 하얗게 
눈같이 깨끗하게 되어 있어야 할 
내 마음은? 
자다가 깨어나 생각하니 
내가 올겨울 내도록 
하얀 눈을 덮어쓰고서 
자고 먹고 숨쉬고 
살고 있었네. 
하얀 눈 
하느님 선물을 
덮어쓰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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