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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마보이 vs 와이프보이!! ♡
서양의 경우에는 장모와 사위가 앙숙이라고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고부간의 갈등이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남편 또는 자식이라는 위치는 정말 난감한 경우를 맞을 때가 많은데, 주로 초창기에 더욱 그렇다.
남자들에게 있어서 '마마보이'라는 말은 이젠 누구도 듣기 싫어하는 심한 욕이 돼 버렸다. 물론 해당 남성들도 자신이 마마보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가 그런 스타일이라는 것을 인지하더라도 그저 '효자' 정도로 말할 것이 분명하다.
1)
마마보이는 미혼여성들도 무척 싫어해서 연애대상에서조차 제외시킬 정도다. 어머니에게 너무 의존적이고 부인의 의사 보다는 어머니의 의사를 지나치게 더 존중해서 탈이 되는 마마보이의 문제는 한국 사람의 결혼생활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임이 분명하다.
부모님의 뜻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또 부모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대체 남자들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서양의 경우에는 장모와 사위가 앙숙이라고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고부간의 갈등이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남편 또는 자식이라는 위치는 정말 난감한 경우를 맞을 때가 많은데, 주로 초창기에 더욱 그렇다.
남자가 두 사람 사이에 끼면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전형적인 양상을 띤다. 어머니의 편을 들면 아내한테 시달린다. "나는 당신 하나만 믿고 이 낯선 집안에 시집왔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아내의 편을 들면 어머니가 서운해 한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품 안의 자식이라더니 다 소용없다!! 내가 네 앞에서 칵 죽어야지..." 살아본 사람들은 각자의 노하우를 터득해서 나름대로 대처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혼남성이라면 이런 부분에 지혜가 없다. 게다가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자기는 남들처럼 헤매지 않고 슬기롭게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라 믿거나, 우리 어머니와 내 신부감은 절대 그런 미성숙한 대립 따위는 하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2)
이 문제로 고민하거나 괴로움을 겪는 남편들도 많지만 어느 정도 잘 대처하며 살고 있는 유부남들에게는 나름의 노하우가 몇 가지쯤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황희 정승식 내공이다. 즉, 양쪽에 다 맞장구를 치는 것이다.
어머니 입장에서 며느리에 대한 불만을 아들한테 이야기 하는 것은 당연하다.
보통의 어머니라면, 계모임 같은 데 가서는 오히려 며느리의 험담 보다는 자랑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쉬운 부분은 그래도 믿는 아들한테 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자꾸 마누라의 편을 들면 어머니는 내심 속이 상한다.
그냥 맞장구를 치면서, 원래 그런 부분이 단점이다.. 나도 아쉽다.. 하면서 더 오버하면 오히려 어머니는 '그래도 장점도 많은데 잘 살아야지...'하게 되면서 상황이 반전 되기도 한다.
아내와도 마찬가지다. 어머니 때문에 속상한 점을 이야기하면, 어떻게 며느리가 남편 앞에서 싸가지 없이 그런 말을 하느냐며 자르기 보다는, 듣기 싫어도 들어주고 아내의 입장에서 한번 이해해 주는 것이다. 아내도 역시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그 과정에서 마음이 풀리고, 그래도 남편이 '남 편'이 아니라 '내 편'이구나 하며 자신의 잘못도 돌아보게 된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에서도 그 이야기들 자체를 불쾌해 하거나 말을 막아선 안된다. 여자들이란 늘 해결을 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들어 주길 바라는 것이다. 물론 남자의 속성은 아주 달라서, 뭔가 해결해 줘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에 그 문제를 듣고 있기가 무척 불편하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너무 확대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꼭 해결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들어 주는 것으로 반 이상은 해결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이런 류의 갈등의 사이에서 꼭 지켜야 할 것은 침묵이다. 한쪽에서 들은 이야기를 반대쪽에 전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어머니도 아들로서 믿고 이야기하는 것이고, 아내는 아내대로 믿고 말하는 것이니까...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오죽하면 어머니도 당신의 그런 점을 지적하실까!'라는 식의 말이 튀어나오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3)
그렇다면 무조건 수긍만 하는 것이 능사일까. 절대 아니다. 주관이 있게 어떤 기본적 입장을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내 어머니이고 내 아내이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는 몰라도 그 이상이 될 때는 너무 용납하지 말고 할 말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명한 이솝이야기가 있다. 노인과 소년이 당나귀를 끌고 가는데, 타고 가면 될 걸 그런다며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비웃는다.
그래서 노인이 소년을 당나귀에 싣고 가는데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버릇없이 노인을 걷게 하다니..." 그래서 이번엔 노인이 타고 소년이 걷는다. 사람들은 또 말한다. "어린 것이 힘들텐데, 인정머리 없는 노인네 같으니라구..." 하는 수 없이 두 사람 다 당나귀에 올라타고 길을 떠나는데, 또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죄없는 동물을 저리 혹사시키다니...!" 그래서 이번엔 당나귀를 묶어 나무에 매달아 두 사람이 양쪽에서 들고 가게 되는데 냇물을 건너다 그만 당나귀를 물에 빠뜨리게 되고, 당나귀는 발이 묶여 익사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어떤 일에 주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우화이다.
물론 모든 가족에게 잘 하고 모두의 편이 돼야 하지만, 최종적으로 남편이 될 것인지 아들이 될 것인지 심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편을 가르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것은 아내와 어머니 뿐 아니라 아내와 자녀들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아내와 또다른 본가쪽 식구들의 갈등일 수도 있다.
남편은 당연히 아내의 편이어야 한다. 마마보이가 아닌 와이프 보이가 되는 것이 좋다. 단지 삶이 덜 피곤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개념이 아니다. 아이들 보다는, 또 다른 가족들 보다는 아내의 편이 돼 줘야 한다. 어머니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남편이 아내의 편이 돼줘야 한다는 것은 누구보다 어머니가 잘 알고 있고, 현명한 어머니들은 그렇게 가르치기도 한다.
당신도 그 옛날 시집올 때를 돌아보면 든든하게 편이 돼주는 남편 때문에 살았으니까, 그리고 그 남편이 자기 편이 아니라고 느낄 때 얼마나 서운했는지 더 잘 아시니 말이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부작용과 어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슬기롭게 대처하고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노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드러낸다면 부모님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할 수가 있다.
자식이나 부모는 핏줄이다.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에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편을 들게 된다. 하지만 부인은 백 년을 같이 살아도 돌아서면 그날 부터 남이다. 그래서 아내의 편이 되는 것이 자동적으로 된다면 좋겠지만 의식적으로도 할 필요가 있다.
결론은 와이프 보이가 되라는 것이다. 너무 드러나지 않는 와이프 보이 말이다. 꼭 가족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모든 삶 속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순리이며 행복이다.
글 : 김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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