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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토굴 속에 숨겨둔 내 자녀들을 찾아서...!! ♣

chajchul 2014. 7. 12. 18:56


    ♣ 토굴 속에 숨겨둔 내 자녀들을 찾아서...!! ♣


굽이치는 해란강을 돌아서 멀리 일송정을 바라보며 언덕을 넘고 들을
건너서 나는 가고 또 갑니다.

헐벗고 굶주린 어린 것들이 나를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사랑에 목말라하는 어린 영혼들이 티없이 맑은 웃음으로 나를 기다리
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갈 수밖에 없습니다.

삭풍은 나뭇가지를 울리고 눈보라는 앞을 가리우지만 나는 걷고 또 걷
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미를 기다리듯 초롱이는 맑은 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
다. 먹을 것과 헌 옷가지를 등에 지고 보배를 얻어 가는 양 나는 기쁘
기만 합니다. 양들을 향해 가는 목자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뒤따라오는 아내를 돌아보며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날은 벌써 어두워지고 싸락눈이 남겨놓은 솔밭사이로 길을 만들어
가노라면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움막 토굴 속에는
내 양들이 웅크리고 있을 것입니다.

몇 날을 이렇게 나만을 기다리는 내 자녀들이 있습니다.
마른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가리운 문 앞에서 내가 인기척을 내자 귀밝
은 녀석 하나가 "맏아바이 왔슴둥?" 하고 기어 나옵니다.

뒤를 이어 "야 맏아바이(큰 아버지) 왔다."하고 칠팔 명이 기어 나옵니
다. 온종일 눈이 빠지도록 나만을 기다린 아이들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나는 가슴에 안기는 놈을 끌어안고 어디 아픈 놈은 없는지, 다친 놈은
없는지 살핍니다.

다행히 잘못된 아이들이 없고 모두 무사한 것을 보는 순간 안도의 숨
이 나옵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주님의 손길이 이곳까지 미쳐서 이 아이들을 보호하셨습니다.

"너희들 배고프지?"
먹을 것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게 하고 얼고 터진 상처를 치료해주고
나면 우리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돌고 찬송이 흘러 나옵니다.

나는 그들의 아비가 되어주고 내 아내는 어미가 되어줍니다.
이들은 더 이상 꽃제비들이 아닙니다.
내 양들입니다. 내 자녀들입니다.

한달 전에 청진 어대진 에서 온 딸아이가 이제 살이 오르고 생기가 도
는 것이 제법 사람 꼴이 되었습니다.

내 아내는 제일 예쁜 옷으로 챙겨 입히면서 "우리 딸이 공주님이
되었네!" 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맏아매(큰엄마) 나 이렇게
좋은 옷 첨 입어봄다"

"맏아바이 감사함다. 맏아매 감사함다."
아이는 좋아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헌옷 하나를 얻어 입고 이리도 좋아할까?

하찮은 것 하나에 이렇게도 감사할까?
아내의 눈에는 이슬이 맺힙니다.
"정말 공주 같구나!"

"그래, 우리 딸은 하늘나라의 공주지!"
나는 이런 보람과 행복을 무엇하고도 바꿀 수가 없습니다.
호롱불 밑에서 성경을 찾아 읽혀주고 기도하고 나니 토굴 안이
온통 주님의 향기와 사랑으로 가득 차는 것을 느낍니다.

지난 가을장마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기를 쓰고 만든 이 토굴이 궁궐
같이 느껴집니다.

'이 달에는 어떻게 하던지 조그만 발전기를 하나 구입해서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해야지 그리고 위성안테나를 달아서 기독교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지' 나는 혼자 생각합니다.

자세히 보니 사내놈 머리에 서캐가 있습니다.
다음에는 디디티를 구해와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아내의 손길에서 제 어미의 정을 느끼는지 "맏아매 또 언제 오갔씀
까?" 하고 묻는 저 정에 그리운 눈 때문에 나는 이 두만강 변을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고 있는가 봅니다.

토굴 문틈으로 어스름 달빛이 스며듭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얼굴이 천사처럼 보입니다.
가로세로 아무렇게나 자는 아이들 틈에 한 놈이 잠꼬대를 합니다.

어제 저녁 들려준 다니엘의 이야기를 꿈꾸는가 봅니다.
한 놈은 제몫으로 받은 헌 운동화를 가슴에 꼭 안고 잡니다.
아마도 제 고향에 가는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배가 덜 찼는지 입술을 연신 움찔거리는 놈도 있습니다.
덮을 것으로 배를 가리워주면서 나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여! 죽지 말고 살게 하소서!"

"이 겨울을 잘 나게 하소서!"
"다시는 이 민족이 유리 걸식하는 일이 없게 하소서!"
"다시는 이 땅에 꽃제비들이 없게 하소서!"

"이 아이들 중에서 북한에 복음을 전할 목사도 나오고 선교사도 나올
수 있도록 주의 일꾼으로 키우소서!

아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고 벌써 새벽이 오는지 멀리서
닭 우는소리가 들립니다.

백두산 자락에서 가조 선교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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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여 이 종의 눈물을 기억하시고
진정 낮은 자의 삶,
그리스도의 종의 길을 걷게 하소서...
진정 사치와 허영의 생각을 걷어가시고
주의 백성과 함께 고난받는 것을 기뻐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기뻐하시는 사명을 위해
이 몸을 온전히 드리게 하소서...
주님이 걸어가신 길 이 종도 걷게 하소서!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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