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을 더 상하게 하는 말!! ♤
언젠가 한 여집사님이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에게 시어머님에 대해서 조금 서운했던 점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남편은 ‘우리 어머니는 일찍 혼자 되어서 그래.‘라고 말한다던지 ’우리
생각해서 그랬겠지‘라고 말을 하는데 마치 어머니를 편드는 것 같고, 어머니
입장만 이해해주는 것 같아 그 말이 그렇게 싫고, 더 화가 난다는 것이다.
대체로 우리는 위의 남편과 같은 대화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내를 돕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다. 남편은 아내를 돕는다고 그렇게 말하지만 아내는 그 말을 듣고 더 서운해
지고, 더 화가날 뿐이다. 이제 남편까지 미워진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아내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변호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남편이 그렇게 말한 것은 사실은 시어머님의 입장을 변호하려고 한 것은 아니
다. 아내에게 시어머니가 어떤 분인지를 알게 해서 아내의 마음을 풀게 하려는
마음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내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
마치 시어머님의 입장을 변호한 것처럼 들리고, 시어머님의 입장만을 이해해주고
아내의 입장은 조금치도 생각해주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우리 어머니가 혼자되셔서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애. 힘들겠지만 당신이
이해 좀 해줘.” 라고 말한다면 아내의 힘든 부분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면서
어머니의 입장을 말하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겠지만 아내의 입장, 아내의
힘든 부분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없이 시어머니의 입장만을 말하는 경우에는
힘든 아내를 더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이다.
며칠 전에 우리 교회 모 집사님이 화가 단단히 나셨다. 우리 교회에서는 8월
피서철 잠시 쉬고, 9월 추석 쇄고 7월부터 시작된 하반기 전교인 성경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되어 있어서 성경공부를 준비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그 집사님
이 한 성도님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 성도님이 성경공부 하기가 힘들다고 이야기
했던 모양이다.
그 말을 듣고서 그 집사님이 화가 단단히 난 것이다. 나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목사님, 기왕할 바에야 열심히 해야하는 거 아니예요? 우리 모두 함께 쳐들어가서라도 하게 하면 어떨까요?"
이 때 내가 "집사님, 고생이 참 많으시네요. 그 성도님이 성경공부 힘들겠다
고 해서 많이 안타깝고 서운하신 모양입니다. 믿음에 바로 서게 하시려는 집사님 마음이 참 좋아보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쳐들어가서 공부하는 문제도 한번
생각해 보지요." 이렇게 말을 해줬더라면 틀림없이 그 집사님의 마음이 많이 풀렸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집사님, 한 사람이 믿음의 용사로 된다
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대요. 기도하면서 천천히 이끌어보지요. 저도 예전에 사실은 그보다 더했습니다."
내 말이 백번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한 사람이 믿음의 용사로 된다는 것이 그
리 쉬운 일은 아니다. 대개는 아주 조금씩 조금씩 믿음의 용사로 바꾸어져 간다.
그래서 인내하면서 기다리지 않으면 안된다. 서두르면 그나마 가지고 있는 믿음도 다 없어져버릴 수가 있다. 연세는 많을지라도 믿음에 있어서는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집사님의 입장에서는 마치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혹은 자신만이
마음이 옹졸한 것처럼 들릴 수가 있고, 자신의 입장은 헤아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성도님의 입장만을 헤아려주는 것처럼 들릴 수가 있기 때문에 내 말을 서운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내 말을 들은 그 집사님의 표정도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우리 격언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말이란 참 미묘하다. 아주 사소한 차이로 인해서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기쁘게 할
수도 있고 마음을 풀어줄 수도, 더 상하게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혹 나도 가족들이나 이웃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하는 말들이 내 의도와는 달리 도리어 마음을 더 상하게 하는 말이 되고 있지는 않을까?
-송남용 목사-
『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 하지 말라 』(롬 12: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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