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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 음료수 사나이의 향기!! ♧

chajchul 2019. 1. 21. 15:25

     ♧ 음료수 사나이의 향기!! ♧

논산 훈련소와 평택 카투사 교육대 생활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던 나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카투사는 풀린 군 생활(?)이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그 안에서도 자율적인 미군과는 다른 엄청난 군기가 있다.

더블백을 내려놓자 곧 나를 주시하는 고참들 앞에서 신고식이 시작되었다. 카투사 휴게실에서 나는 양반다리로 주먹을 쭉 뻗고 반듯하게 앉았고, 내 양 옆에는 윗 고참이, 맞은 편에는 선임병장 이하 병장, 상병, 일병들이 앉아있었다.

내가 신고식을 두려워 한 이유는 바로 술을 먹게 될 것에 대한 염려였다. 나는 군에 오기전 한 선교단체에서 활동했다. 군입대 전 군파송식 때 나는 형제 자매들 앞에서 술담배를 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논산 훈련소에서야 규정상 술이 금기였지만 카투사의 세계에서는 일과 후에 생활이 자유로왔기에 부대 내에서 술을 마셔도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

드디어 막걸리 한 통이 등장했다. 나는 맹세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과 고참들의 살기등등한 눈빛과 기압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병이 술을 안 마신다고 했을 때 내무반 분위기가 험악해지면 어쩌나? 너 때문에 회식을 망쳤다며 윗 고참들이 기압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이 순간 염려 중에 하나님께 기도했다. "주여! 이 순간을 지켜주소서!"

그런데 일이 너무 싱겁게 끝났다. "야! 류지석! 너 학교에서 뭐했냐?", "여자 친구는 있냐?" 그런 질문 중에 내가 선교단체 열심당원임을 알게된 고참들은 "너 그러면 술 안 마시겠다. 너 학교 다닐 때 술 안 마셨지?" 난 원기왕성하게 "네!"라고 했다.

많은 고참들이 김샜다는 표정으로 "야! 술치워라 안 마신댄다." 나는 신고식 날에 술 안 마시는 신병으로 낙인 찍혔다. 물론 난 그날 신고식을 재미없게 한 죄(?)로 꽤 오랜 시간 머리를 바닥에 박고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회식자리에서 '음료수 사나이'가 되었다. 내가 병장이 되었을 때 친하게 지내던 고참이 나를 시험했다.

참 잘 챙겨주고 군생활에 힘이되어 준 그의 부탁은 "지석아 소원이 하나 있다. 한 잔만 해라." 끝내 거절했지만 그는 내심 나의 일관된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사회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술의 거절은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보이는 첫 시작에 불과하다.

그 거절로 인해 순간적으로 바보 취급하거나 노골적으로 경멸할지라도 그리스도인이 생활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볼 때 상황은 역전된다. 오히려 믿지 않는 동료들이 나의 신앙 생활을 챙겨 주었다.

『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내려가나니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 』(잠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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