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을 덮는 감사!! ♧
대학에 입학한 다음 해부터 학교 소유의 작은 집에 딸린 방을 하나 얻었다. 거기서 어린 딸 순희와 우리 부부, 이렇게 세 식구가 같이 살았다. 우리는 그때 돈 20원으로 쌀도 사고 나무도 사서 한 달을 먹고살아야 했다.
살림하는 첫날 저녁 밥상을 보니 밥과 콩나물국과 김치가 올라 있었다. 그날 저녁뿐 아니라 거의 매끼를 콩나물국만 먹었다. 그래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그처럼 영양 좋은 음식을 우리에게 먹이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곤 한다.
또 당시 우리 집에는 시계가 없었다. 손목시계는 말할 것도 없고 벽걸이 시계나 탁상시계도 없었다. 그런데도 아내는 내가 학교에 늦지 않도록 언제나 일찍 일어나 이침밥을 지어 주었다.
후에 알고 보니 우리 집 건너편 댁의 식모가 매일 새벽 5시경이면 불을 켜고 일을 했다고 한다. 아내는 그 집 주방에 불이 켜지면 그것을 보고 일어나 이침밥을 준비한 것이다.
그 시절에 아내는 방에 혼자 있을 때면 치마를 벗고 속옷 차림으로 있었는데, 하루는 내가 그러지 말라고 책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치마가 하나밖에 없어서 아끼느라 그렇게 한 것이었다.
가난한 대학생의 살림살이는 대강 이랬다. 그런 중에도 감사한 것은 아내나 나나 언제나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공부하고 실림하고 여러 가지 교회 활동과 학교 행사에 참여해 봉사했다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물질의 많음에 있는 게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인 믿음, 사랑, 사명감, 봉사 등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내와 나는 종종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나의 감사」/ 한경직
『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
』(골 2:7)
| | | | |